세계 종교 탐구 <33> 진실을 마주할 용기에 대하여
무언가를 굳게 믿는 마음을 ‘신념’이라고 한다. 종교의 경우 자신들의 신과 교리를 굳게 믿는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종교는 인간이 죽으면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믿고, 어떤 종교는 천국이나 지옥같은 사후 세계를 믿는다. 어떤 종교는 우주의 수명이 43억 2천만 년이라고 믿고, 어떤 종교는 우주가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에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이러한 신념들은 어떤 근거에 기반한 것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사실과 믿음의 차이를 구분하고, 신념에 반하는 진실을 마주할 용기에 대하여 알아볼 것이다.
▣ 경전을 진실로 믿다
인류는 본능적으로 초월적 힘의 존재를 감지하고 이를 숭배하며 종교를 발달시켜 왔다. 원시 신앙으로 시작한 종교는 점차 자신들만의 신과 교리를 만들어 나갔고, 문자가 발명되자 그 내용을 정리한 경전을 남기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주요 종교로 자리잡은 종교들은 대부분 경전을 갖추고 있으며, 일부 종교들은 자신들의 경전을 신의 계시가 기록된 책으로 믿으며 절대적인 진리로 여긴다.
유대교는 경전 ‘타나크(=구약성경)’를 유대 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믿고 있다. 특히 타나크의 처음 다섯 권인 ‘토라(=모세오경)’는 모세를 통한 ‘신의 말씀’으로 여기기 때문에, 유대교에선 토라를 성서의 핵심이며 가장 중요한 계시로 생각한다. 토라를 읽을 때는 거룩한 경전에 손을 대지 않기 위해 ‘야드(손가락 모양의 막대기)’라는 도구를 사용할 정도로 경전을 성스럽게 다룬다.<자료1>
이슬람교는 경전 ‘꾸란’을 창시자 무함마드가 받아 적은 신의 계시로 믿고 있다. 무슬림들은 꾸란이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신의 말씀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내용에 모순된 것이 있더라도 상관없이 절대적인 것으로 여긴다. 아랍어인 꾸란은 원칙적으로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지 않으며, 외국어로 번역된 것은 ‘꾸란의 해설’, ‘타프시르’라고 구분해 명명한다. 내용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다. 이슬람에 의하면,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성경은 원본이 모두 분실되었고 필사와 번역 과정에서 많은 왜곡이 일어나 타락했지만, 마지막으로 계시된 꾸란은 하늘의 계시가 원본 그대로 일점일획도 첨삭되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되었기 때문에, 꾸란 만이 진짜 성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출처: https://islamonline.net/en/ what-islam-says-about-the-bible/)
하지만 그리스도교는 성경의 진실성에 대해 성서 영감설
(靈感說)과 성서 무오설(無誤說)을 주장한다. 신이 주는 영감을 받아 기록된 책이므로 성경은 단 한 글자도 틀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성경이 역사적 사실일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이토록 진실로 믿는 경전들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 각 종교의 신앙 고백문을 보면 그 종교의 핵심 교리를 파악할 수 있다. 신앙 고백문은 대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교리를 짧은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에는 ‘샤하다’라는 신앙 고백 문구가 있다. 샤하다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입니다.”라는 문구로, 이슬람교 입교시 이를 아랍어로 암송하는 것이 의무이며, 예배나 일상생활 중에 수시로 외운다. 유대교에는 ‘쉐마’라는 신앙 고백 문구가 있다. 쉐마는 일반적으로 구약의 신명기 6장 4~9절을 이르는 말로, 신에 대한 열렬한 믿음과 사랑을 표명하고 있으며 유대교 신앙의 핵심을 이룬다. 유대인들은 글을 배우면 가장 먼저 쉐마를 배우게 하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암송한다. 그리스도교에는 ‘사도신경’이라는 신앙 고백 문장이 있다. 입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배우며, 매 미사 때마다 읊는 일종의 기도문이다. 사도신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중략)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경전의 핵심 교리를 엄선하여 신앙 고백문을 가르치고 수시로 상기시키게 하는 것은 각자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신념은 경전의 내용이 사실임에 근거하고 있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그 사실성을 확인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는 종교 교리에서 중요한 주제인 신의 탄생과 죽음, 천지창조의 사실성에 대해 검토해 본다.
▣ 기이한 출생, 신격을 부여하다
경전들에 의하면 신이나 종교 지도자들은 출생부터 남다르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기이한 출생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가 어머니의 옆구리에서 출생되었으며,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쳤다는 일화는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자료2>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이를 낳지 못하던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45세쯤 되던 어느 날 하늘에서 큰 코끼리가 흰 연꽃을 코로 물고 나타나서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고, 그 후 마야부인은 석가모니를 잉태했다. 마야부인이 나뭇가지를 잡으려고 오른손을 드는 순간 아기가 왼쪽 옆구리로 나왔는데, 놀랍게도 아기가 나오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걸어가서 오른손으로 하늘을,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우렁찬 목소리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외쳤다.”
아버지의 허벅지에서 태어난 신도 있다.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신이다. 디오니소스는 인간인 어머니 세멜레와 제우스 신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우스의 내연녀인 세멜레는 디오니소스를 임신 중일 때 제우스의 정부 헤라 여신의 꾀임에 넘어가 제우스 신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고, 신의 광채에 타서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제우스는 죽은 세멜레의 자궁에서 태아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길렀고, 달이 차자 디오니소스가 태어났다고 한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사생아라고 할 수 있는데, 디오니소스 외에도 그리스의 신 중에는 아이기스토스, 헬레네 등 강간으로 태어난 사생아 출신의 신이 많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생아의 출산을 동정녀 출산이라 부르는 문화가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전매춘이 성행했는데, 매춘으로 태어난 사생아들은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 하여 신전에서 키웠으며, 매춘한 여자들은 이후에도 처녀로 간주되었다. 알렉산더, 플라톤,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 많은 지도자와 영웅, 현자들도 종종 처녀가 낳은 아이들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그리스도교에서도 동정녀 출산을 주장했을 때, 믿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당시 동정녀 출산이 너무 흔해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한다.(출처: 클리포드 비숍,『성과 영혼』, 도서출판 창해, 2004., p.21.)
꼭 종교가 아니어도 비범한 인물의 탄생 이야기도 비범하게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도 박혁거세, 주몽, 온조왕, 김수로왕 등 나라를 세운 개국 시조의 경우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 설화가 전해진다. 개국 시조를 보편적인 출생 방법이 아닌 알에서 태어난 것으로 설정하여 그것이 하늘의 뜻임을 상징하고, 왕권의 신성함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이 설화들을 역사 시간에 교육받으며 자란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유성 생식을 하고, 태아는 자궁에서 자라 생식기를 통해 출산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배우기 때문에 난생 설화를 실제 역사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 경전 내용의 실존을 주장하다
종교에서는 경전의 등장 인물과 사건들이 실존했다고 믿으며, 종교 행사나 의례를 만들어 이를 기념토록 한다. 종교 창시자가 탄생한 곳, 계시나 깨달음을 얻은 곳, 사망한 곳 등은 그 종교의 순례지로 지정되며, 관련 유품 등을 전시하고 순례객들을 모은다.
이슬람교 최고의 성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메카’다. 메카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태어난 곳으로, 메카가 성지인 이유는 메카의 중심에 카바 신전이 있기 때문이다.
<자료3> 이슬람에 따르면 카바 신전은 최초의 인간 아담이 세운 인류 최초의 유일신 성전으로, 대홍수 후에도 흔적이 남아 무함마드가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또 카바 신전의 동쪽 모서리에는 검은 돌이 있는데, 이는 아담 시대부터 있던 하늘에서 직접 내려진 돌이며, 원래 흰 돌이었지만 인간의 죄와 접촉되면서 검은 색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순례자들은 이 돌을 성스럽게 여겨 입을 맞추거나 만지고, 메카 인근 잠잠 우물에서 성수를 떠 간다. 무슬림에게 이런 메카의 중요성은 아주 대단해서 지구상 어디에 있든지 모든 무슬림은 메카의 카바 신전 방향으로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린다.
불교에서는 오랜 수행으로 공덕이 쌓인 고승에게서는 사리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가 사망한 뒤에는 7일간 화장하고도 녹지 않은 두개골과 치아, 손가락뼈 등을 포함해 8만 4000여 개의 사리가 나왔다고 한다. 부처의 사리는 진신사리라 부르며 세계 각지의 사찰에 성물로서 모셔지고 있다. 부처의 치아는 40개였다고 하며 우리나라에도 부처의 치아 5개를 모시는 사찰이 있다.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에 있는 불아사(佛牙寺)에는 부처의 어금니라 주장하는 치아가 있는데, 2007년, 현지 보도에 의하면 멜버른 치과대학의 파멜라 크레이그 박사는 “사진만 보아도 이 치아가 인간의 것일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잘라 말했다. 2명의 치아 전문 법의학자들을 포함해 4명의 치과의사들도 크레이그 박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했고, 영국 카디프 대학의 데이비드 위태커 교수는 “이 치아는 입의 뒷부분에 있는 동물의 어금니”라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불아사의 주지 쉬 파자오는 “치아사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부처님의 유해”라며 “과학자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는다. 당신이 진짜라고 믿는다면 그게 바로 진짜”라고 답했고, 사원 측은 “불교도들에게 있어 성스러운 부처의 유해를 검사한다는 발상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유전자(DNA) 검사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반면, 본인들 종교에서는 성스러운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종교 측의 동의 하에 과학적 검사를 받은 경우도 있다. 그리스도교에서 예수의 시체를 감쌌던 천이라고 믿는 ‘토리노 수의’다.<자료4> 이 수의에는 예수라 주장하는 남성의 형상과 혈흔이 남아 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들의 신인 예수가 십자가 형틀에 못박혀 죽은 뒤 사흘 만에 부활했다고 믿고 있는데, 토리노 수의가 그 부활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빈 무덤에서 예수의 형상이 찍힌 수의가 발견된 것이니 부활의 물증이라는 것이다.
1987년, 토리노 수의를 보관하고 있는 토리노 성당의 대주교는 미국 애리조나, 영국 옥스퍼드, 스위스 취리히의 실험실에 수의의 연대 측정을 의뢰했다. 실험의 정확도와 재현성을 확인하기 위해 토리노 수의 표본과 함께 연대를 알고 있는 다른 세 가지 표본을 함께 보냈고, 세 곳 중 두 곳의 실험실은 어느 것이 수의 표본인지 알지 못한 채 실험을 진행했다. 세 실험실의 결과는 거의 일치했고, 1988년, 토리노 수의는 예수의 사망 시기인 1세기보다 약 1300년 뒤인 1260년에서 139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자료5> 발견 시기인 1354년과 유사하다.
연대 측정 외에도 토리노 수의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위 여부가 검증되었다. 재료역사학적으로 토리노 수의의 헤링본 직조 방식은 1세기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이었고,<자료6> 혈흔에서는 혈액 대신 중세 화가들이 널리 사용하던 물감 성분인 붉은색 황토와 진사라는 두 가지 안료 성분이 확인되었으며, 법의학적으로도 혈흔의 절반가량은 십자가에 못 박히거나, 시신을 감쌀 경우 형성될 수 있는 얼룩의 위치와 도저히 연관 지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와 같이 학자들은 제작 연도, 직조 방법, 혈흔의 성분과 위치 등을 분석해 과학적, 역사학적인 방법으로 토리노 수의의 진위를 구분했지만, 정밀한 분석을 거치지 않고도 중동 사람인 예수가 중세 시대 유행했던 종교화 속 서양 백인의 모습인 것, 사람을 감싸 찍힌 자국이라기엔 그림과 같이 너무 평면적이라는 점으로 간단히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종교들의 경전에는 여러 가지 기사이적들이 나타난다. 석가모니가 발이 젖지 않게 물 위를 걸었다거나 그의 제자가 떡 한 덩이를 가지고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주어도 떡이 그대로 남았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주장은 21세기에도 계속 되는데, 지난 15일, 미국의 한 성당에서는 성체성사 도중 밀떡을 담는 그릇에서 밀떡이 스스로 늘어났다며 ‘성체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152개의 ‘성찬식 기적’을 인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사건들은 토리노 수의처럼 과학적 분석까지 거치지 않고, 기본적인 물리 법칙만 알아도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천지창조, 조물주임을 주장하다
종교들은 저마다의 천지창조 설화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신이 하늘과 땅, 인간과 동물 등의 우주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이며, 우주와 세상의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힌두교에서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43억 2천만 년 동안 지속되는 우주를 창조했으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고 믿는다. 아브라함계 종교인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에서는 지구와 인간과 우주가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에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은 ‘우주는 138억년 전, 지구는 46억년 전에 형성되었고, 인류는 약 300만 년 전 출현했다’는 것이며 이는 과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2014년,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 프란치스코는 빅뱅과 진화론을 모두 인정하며 이 또한 신의 뜻이라고 얘기했다. 신의 창조물이 팽창하여 우주를 이루고, 신의 창조물이 진화하여 사람이 된 것이기 때문에 창조론과도 배치되지 않는다고 한다. 교황의 발언은 17세기,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이를 향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예수가 처녀에게서 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하던 가톨릭의 태도에 비해, 과학을 포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던 창조론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6000년 전에 지어졌다는 그들의 경전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한 책의 나머지 내용까지 진실로 믿으며 가톨릭교회는 현재까지도 종교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세기에 대해 “성서 저자들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 옆에서 말씀한 성령은 인간에게 우주 물질의 근본적인 성질을 가르칠 의향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구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창세기에서 과학 지식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야 하며 그 속에서 오로지 우리의 구원에만 관련된 지식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대신 그리스도교의 성령은 구원과 믿음에 도움이 되도록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르쳤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로마서 10장 9절)”
토리노 수의를 소유한 바티칸은 “누구나 그 천이 예수의 몸을 감았던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며 진위 여부보단 믿음의 의미를 강조했다. 2013년 3월, 부활절을 맞아 토리노 수의를 공개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수의의 진위 여부보다 믿음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자료7> 이처럼 인간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믿음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의 믿음과 사실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비상식적인 것을 믿은 사람들이 많다. 다음으로는 사람들이 비상식적인 믿음을 유지하는 심리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 왜 비상식적인 것을 믿으려 하는가
인간은 항상 사실에 기반한 믿음만을 갖지 않는다. 목적에 의한 믿음이나 인지 편향에 의한 믿음을 갖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얘기하면 믿고 싶은 것을 믿거나 편한 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 마이클 셔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는 자신이 지닌 기존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기존의 신념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이 인지부조화 때문에 어떤 신념에 헌신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인지부조화 이론을 처음 발표한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마음을 바꾸기 어렵다.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 다고 말하면, 그는 당신을 외면할 것이다. 사실이나 수치를 보여주면, 그는 출처를 물을 것이다. 논리에 호소해도 그는 논점을 피해갈 것이다.”라고 했다.페스팅거는 또한 자신의 믿음과 배치되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믿음이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심지어 타인을 설득하고 전향시키는 데 새로운 열망을 보일지 모른다고도 한다.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기존의 신념을 강화시키거나 정당화하는 방법, 새로운 사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방법,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는 방법 등이다. 잘못된 믿음을 깨달아 인지부조화 상태가 되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가장 이상적일까?
▣ 진실을 마주할 용기에 대하여
믿음은 시대와 장소를 반영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접했던 주변 환경 속의 믿음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진리에 대한 탐구로 자신의 믿음을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배우자나 친구의 믿음을 따라 자신의 믿음을 바꾼다. 또한 인간은 어떤 집단의 정체성 및 그 집단에서 통용되는 믿음을 따라간다. 실제로 객관적 증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격과 결속력, 살아가는 시대적 환경, 어린 시절의 환경이 누군가의 생각과 믿음에 더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일단 믿음이 형성되고 나면 이후에 다른 객관적 증거가 나와도 이를 뒤집지 못한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정당화하고, 해롭거나 부도덕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저지른 과오의 결과가 사소하든 중대하든 “내가 틀렸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신념이 강하고 과오의 결과가 중요할수록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실수를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누구나 사리 분별 능력은 가지고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만 은폐할 것인지, 자백할 것인지 선택할 능력은 있다. 인지부조화를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진실을 바로 마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인지 부조화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 과학이 곧 진리인가
진실의 확인에 있어 과학을 곧 진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진리의 속성에는 절대성, 보편성, 불변성이 있는데. 과학은 절대성과 보편성을 갖춘 학문이지만 불변하진 않는다. 과학에는 한계가 있다. 이론이 관찰에 영향을 미치고, 관찰자가 관찰된 것을 변화시키고, 장비가 결과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비의 발달은 새로운 결과를 찾아내기도 한다.<자료8> 허블 망원경보다 더 많은 영역의 빛을 수집할 수 있는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빅뱅 이론이 사실이라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거대 은하들을 발견한 것이다.<자료9> 빅뱅 이론은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해 계속 팽창해 나가고 있다는 이론으로, 초기의 우주에는 작은 은하만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거대한 은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의 이번 발견이 교차 확인 및 검증을 거쳐 사실인 것이 확인된다면, 우주가 138억 년 이전에 형성되었다는 유추가 가능해지며, 이는 기존 우주 이론을 다시 써야 하는 중대한 발견일 수 있다고 한다.
2006년 5월,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는 우주의 나이가 1조년이 넘는다는 급진적인 이론도 제기된 적이 있다.(Steinhardt, Paul J., and Neil Turok. “Why the Cosmological Constant Is Small and Positive.” Science, vol. 312, no. 5777, 2006, pp. 1180–83.)
<자료10> 영국 캠브리지대 닐 투록 박사(1958~)와 미국 프린스턴대 폴 스타인하트(1952~) 박사는 우주의 나이가 적어도 1조 년이 넘고 빅뱅이 계속 반복돼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폭발이라는 것. 투록 박사는 “시간은 빅뱅 이전에도 있었다”며 “우주는 무한히 오래됐고 무한히 거대하다”고 말했다. 스타인하트 박사도 “지금까지의 이론이 옳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빅뱅 이론은 현대 물리학이 풀어야 할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과학에는 그른 가설이 많이 있다. 그래도 아무 문제 없다. 그것들은 옳은 가설을 찾기 위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스스로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생각이 받아들여지려면 증거와 톺아보기라는 몹시 혹독한 기준들을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도널드 R. 프로세로 박사는 과학의 잠정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고 반증하는 이 순환 과정은 끝없이 이어진다. 과학적 가설들은 언제나 임시 가설이고, 계속해서 시험을 받아야 하며, 결코 최종적으로 참인 것 또는 증명된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과학은 최종 진리를 찾아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가설을 거듭 시험해가면서 점점 더 좋은 모습으로 다듬어 세계에 대해서 참이라고 생각되는 바와 가까워지도록 할 뿐이다. 과학자가 자기 가설을 실험해서 반증하려는 일을 멈추는 즉시, 그 과학자는 과학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과학이 곧 진리는 아니다. 하지만 과학은 진실의 발견에 있어 인간이 가진 최고의 도구로 알려져 있다. 과학이 진리에 다가갈수록 사이비 종교와 진리를 가진 종교는 더욱 뚜렷이 구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