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살인의 역사
뉴욕의대 교수이자 정신의학자인 리어나드 셴골드는 아동 학대를 ‘영혼의 살인’이라 했다. 유년기에 당한 학대는 정신을 파괴하고 인생 전체를 망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을 욕정의 재물로 삼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범죄다.
아동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호주에서는 왕립 조사 위원회가 나섰다. 2017년 발표한 특별 보고서는 가톨릭(로마교) 사제들이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후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죄를 가볍게 했다는 증거를 담고 있다. 고해성사는 언제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성학대를 반복하기도 쉬워졌다고 한다.
성범죄와 고해성사의 연관성은 중세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제들이 고해자에게 성행위를 요구했는데 대개 피해자는 여성이었고 어린이는 드물었다. 당시는 12세에서 14세가 되어야 고해소에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1910년 비오 10세 교황이 이 나이를 7세로 낮추면서 아동 성범죄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호주 왕립 위원회 조사에서도 고해소에서 사제가 어린이에게 성행위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악할 일이지만 호주만의 문제도 아니다.
8월 14일 펜실베이니아 대배심은 가톨릭 교구의 아동 성학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1,000건이 넘는 범죄 내용은 보통 사람이 읽기에 역겨울 정도다. 한 가정의 다섯 자매를 성폭행한 신부, 수술 받고 입원해 있는 7세 소녀를 강간한 신부, 나체 소년을 십자가의 예수와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은 신부 등 엽기 사례가 가득하다.
특히 가톨릭 단체는 성범죄 신부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면서 범죄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고 한다. 보고서에 이렇게 적혀 있다. “어린이를 강간한 신부라도 계속해서 주거 보조비와 생활비를 지급했다. 이 기금을 더 많은 성폭행을 위해 사용할지라도.” 일반 사회에서 아동 성범죄는 경미한 행위만 있어도 처벌 받지만 가톨릭에서 아동 성범죄는 오히려 보호받고 확산되었다.
사제들의 성범죄가 적나라하게 보고된 후 교황청은 “부끄럽고 슬프다.”고 했다. 오열하는 피해자들 곁에서 슬프다고 눈시울을 붉히면 악랄한 가해자도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교황청의 슬픔을 보도한 기사에 ‘신이 있다면 가톨릭 사제들을 지옥에 보낼 것이다.’ ‘악마에게 바쳤구나.’ 등등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가해자들이 피해자처럼 코스프레 하려는 시도가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대배심 보고서는 악명 높은 성범죄 사제들을 predator(포식자)라 지칭했다. 아동을 성범죄의 먹잇감으로 삼았으니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사랑으로 보살펴 줄 것이라 믿었던 사제가 혐오스러운 소아 성애자라면 이보다 더한 블랙 코미디가 없다. 영혼의 구원이 있을 것이라 믿었던 곳에서 영혼의 살인을 당하는 반전 결말은 공포 영화보다 오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