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36> 왜 여전히 미신을 믿는가 -②
▣ 왜 여전히 미신을 믿는가
중세와 달리 과학적 사고와 이성이 충분히 발달한 현대에서도 미신이 존재한다. 상식적으로 분명히 불가능한 현상이나 존재를 여전히 믿는 것이다. 앞서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 이유는 본능적인 것이라 설명한 바 있으나 이는 ‘여전히’ 미신을 믿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현대인이 명백히 비과학적인 사실들을 미신이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여전히 믿는 이유로는 무비판적 주입, 조작된 미신, 확증편향, 인지부조화, 군중심리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미신을 믿거나 믿지 않는 것이 각 개인의 합리성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어떠한 신념을 교육받으며 자라온 사람은 그 신념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당 신념을 일방적으로 주입 당하는 것이다. 현대에도 한자문화권에서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한 숫자나 단어를 불길하게 여기고, 서양에서는 숫자 6이나 13을 악마의 숫자라며 불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물며 중세 사회는 ‘교회의 품 안에 태어나서, 교회의 품 안에서 살다가, 교회의 품 안에서 죽는다’는 말로 삶이 요약될 정도로 교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대였고, 악마의 존재가 명시된 경전, 교회의 지도자였던 교황이 마녀의 존재를 인정하고 처벌할 것을 명시한 교서, 교황이 허가한『마녀 잡는 망치』등은 중세의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마녀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T. 아도르노에 따르면 미신은 1차 미신과 2차 미신으로 나뉘는데, 1차 미신은 우리가 과학적인 답변을 알지 못하던 과거에 존재하던 미신이고, 2차 미신은 위장된 과학과 권위를 동반하고 조직화, 상업화되어 대량으로 생산 소비되는 미신이다. 2차 미신을 ‘조작된 미신’이라 부른다. 이는 마치 현대의 유행이 소비자의 기호를 공급자가 미리 결정하고 대량으로 소비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유행을 주도하는 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미신의 유통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중세 시대, 교회의 마녀사냥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세력들이 있었기에 수백 년간 마녀사냥이 지속될 수 있었다. 누군가 작정하고 미신이나 괴담을 퍼트리면 과학지식이 발달한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현혹된다.
이 외에도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확증 편향’,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도록 합리화하거나 사실을 왜곡하게 유도하는 ‘인지부조화’,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많은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는 ‘군중 심리’등이 작용한다. 이러한 심리는 근거 없는 믿음을 지속하게 한다.
‘빈자(貧者)의 성녀’로 불리는 테레사 수녀는 인도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위한 봉사 활동을 펼쳐 노벨평화상을 수상받았으며,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는 인물이다.<자료9>
그런 그녀가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영적인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한 편지와 기록을 남긴 사실이 공개되었다. 다음은 테레사 수녀가 고해성사 신부의 권유에 따라 예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이다.
“주여 당신이 버리신 저는 누구입니까. 저는 간구합니다. 그러나 대답은 없습니다. 저의 신앙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 깊은 곳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공허함과 어둠이 있을 뿐입니다. 주여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저는 믿음을 잃었습니다. 저는 가슴속에 가득한 생각과 말을 내뱉지 못합니다. 대답을 얻지 못하는 수많은 의문들이 제 가슴을 메워 토로할 수조차 없습니다-불경스러울까 두려워. 저를 용서하소서. 엄청난 공허감 때문에 제 상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나의 영혼을 찌릅니다. 하느님은 저를 사랑한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러나 공허한 암흑과 냉기가 엄존해 제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부름에 맹종한 저는 진정 실수를 한 것일까요.(Lord, my God, who am I that You should forsake me? I call, I cling, I want—and there is no One to answer—Where is my faith?—even deep down, right in, there is nothing but emptiness & darkness.—My God—how painful is this unknown pain. It pains without ceasing.—I have no faith.—I dare not utter the words & thoughts that crowd in my heart—& make me suffer untold agony. So many unanswered questions live within me—I am afraid to uncover them—because of the blasphemy—If there be God,—please forgive me.— there is such convicting emptiness that those very thoughts return like sharp knives & hurt my very soul.—Love—the word—it brings nothing.—I am told God loves me—and yet the reality of darkness & coldness & emptiness is so great that nothing touches my soul.—Did I make the mistake in surrendering blindly to the call of the Sacred Heart?)” (출처: Brian Kolodiejchuk,『Mother Teresa : come be my light』, Wheeler publishing, 2008., p,306,307)
맹종이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덮어놓고 따르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맹종이 실수인지 물었다. 그녀는 집단 강간당한 여성들에게 “낙태만은 안 된다”며 가톨릭의 교리를 따르게 했으며, 2018년 그녀가 설립한 수녀원은 신생아 밀매 혐의로 기소되어 수사를 받았다. 그녀 스스로도 “내 미소는 사람들을 속이는 무기이며 수많은 고통을 덮는 외투입니다. 신은 그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영혼이 어디로 가도록 돕는 것입니까.” 라며 고민한 바 있다. 믿음이 정당화되려면 그 믿음이 긍정적 위상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신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종교로 사람들을 인도한 그녀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마녀사냥은 과학적 근거 없이 사람들을 선동하여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잔인하게 고문하고,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하게 만든 사건이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살과 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이론을 주장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종신가택연금형을 선고 받아 죽을 때까지 집에서 갇혀 지내다 생을 마감했다.
<자료10> 마리아상이 피눈물을 흘린다며 순례객과 기부금을 끌어모았던 동상의 주인은 돼지피를 사용해 사기를 쳤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리아 발현이 항상 사실은 아니라고 밝혔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현상과 교리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없고, 신의 존재에 대해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종교가 종교인지, 미신인지, 현대인이라면 이성과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