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안개와 같이, 폭포수와 같이 내리는 이슬성신
가슴이 벅차도록 감사를 드리고 또 드렸습니다.”
1955년 6월 대구 칠성동 집회에서였습니다. 박태선 장로님께서는 드넓은
집회장에 빼곡히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안수해 주신 후
“병 나은 자는 다 일어나라!” 하고 외치셨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나 병이 나았다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고, 집회장은 온통
축제라도 열린 듯 기쁨과 환호가 넘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기쁘지도 않고 그저 맨송맨송하기만 했는데, 그런 제 모습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져 ‘여길 괜히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만 은혜 못 받은 마음에 속상해
예배 마친 후 집에 돌아오니, 이웃의 목사는 제가 박 장로님 집회에 다녀온 것을
알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늘 어떤 은혜를 받으셨습니까?” 하고 묻기에
아무 은혜도 받지 못했다고 했더니, “그렇게 향취가 나고 이슬 같은 은혜가 내리는데 하나도 체험하지 못했습니까?”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남들이 다 받은 은혜를 나는 못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속상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다시 집회장으로 발길을 돌리며 은혜를 받기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은혜는 합당한 자에게 내리는 것, 스스로 부끄러워져
그렇게 며칠이 지나 집회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날이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단상에 서셔서 “쉭! 쉭!” 하고 축복을 하시자, 박 장로님 입에서 뽀얀 안개가 퍼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안개가 사람들에게로 오는 것이 너무나 또렷하게 보이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한없이 내렸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닿지 않고 싹싹 피해 갔습니다. 그 신기한 광경에 저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 은혜는 합당한 자에게만 내리는구나. 은혜가 피해 가는 사람이 바로
나였구나.’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제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니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이슬은혜와 향취에 감사드려
그런데 어느 순간, 제 머리 위에 물이 쏟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많은 물이 한꺼번에 쫙 쏟아져 온몸이 흠뻑 젖는 느낌이었는데, 아무리 옷을 만져 봐도 물이라고는 한 방울도 묻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꽃향기인지 너무나 좋은 냄새가 코로 확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제가 은혜를 받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이슬은혜와 너무나 향기로운 향취 은혜…….
귀한 은혜를 주심에 가슴이 벅차도록 감사를 드리고 또 드렸습니다.